유난히 짧았던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자 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잡지를 보면서. "슈퍼맨?" "브루스. 오는 소리 듣고 있었어." 네 앞에선 이 두꺼운 마스크조차도 의미가 없어서 바로 벗어 던졌다. 너는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다 보고 있었을 테니까. "무슨 일이야." 네가 나를 찾아오는 게 처음은 아니었...
침대에 누운 채로 나는 옅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따뜻한 온기가 내 피부에 닿았고 부드러운 혀가 나를 핥았다. 상냥하게 만져주는 그 야한 감각이 내 몸을 감쌌다. 닿는 부위마다 뜨거웠고, 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불 속에서 엠마 스완이 나오며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적으로 놀라 잠에서 깼다. 이런 지독한 악몽을 꾸다니. 그녀의...
그날 밤은 짧았다. 채 다 마시지 못한 와인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흰 카펫을 붉게 물들었고 클락이 누운 그 자리 역시 붉게 물들었다. "클락." 그답지 않은 상냥한 목소리가 클락을 더욱 애타게 했다. 그런데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참았다. 입술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브루스는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벌려 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브루스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 뒤로 며칠이고 고생했던 것만 생각하면 클락은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왜 나여야만 했을까. 클락은 그 생각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 그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클락이 입을 열었다. “웨인 씨. 뭐 하나...
“이거 내가 아끼는 장난감이야. 아빠가 만들어 줬는데.” “그럼 이거 나 줘.” 그 어린 소년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내게 건네며, 가지라고 말했다. 바보. 나는 그를 바보라고 불렀다. 마음에도 없던 장난감을 달라고 한 건 그 애가 어디까지 바보같이 구는지 궁금했었던, 어린 시절의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집에 그 장난감을 가지고 오면...
크리스마스를 딱히 기다리지 않아도, 달력에 따로 체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거리마다 반짝이는 장식과 가게마다 틀어 놓은 캐롤들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게에서는 캐롤을 틀어 놓거나, 꼬마전구로 장식하지는 않았다. 습도와 온도를 계속해서 조절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핑계를 대었지만, 솔직히 거추장스럽다고 여겨졌다. 이곳...
전화벨이 울렸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단 한 번도 울리지 않던 그 집 전화가 따르릉, 두어 번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울리다 끊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설치한 이후로 누구에게도 집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설치를 한 이유는 크게 없었다. 10년 전과 똑같은 전화번호로 등록을 한 건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
이별은 두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는 마음 한구석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존재가 한순간에 ‘이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게 된다니. 타의에 의해 헤어진다는 점이 퍼시벌에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어.” “아이슬란드?” “몹시...
내 삶을 한 단어로 정리를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도망’을 고를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도망친다는 건 내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네게 늘 겁쟁이였고 도망자였다. 엠마를 처음 봤을 때 겁쟁이처럼 엄마 뒤에 숨어서 그녀를 봤고, 그 어린 소녀가 내민 손을 보고 처음으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 어쩔 줄 모르고 집으로 도망치고 말았...
너와 나 사이에는 끝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 ‘끝’을 생각하게 되던 건 너와 처음 시작하던 날이었다. 브루스 웨인, 고담의 황태자라고 불리던 네가 먼저 내게 다가왔다. 너 역시 끝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그런데도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언젠가는 찾아올 그 끝을 알면서도 시작한 불안한 외줄 타기 같은 연애는 결국 끝을 맞이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우린 가끔 파...
오랜 시간이 지났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무의식적으로도 생각하지 않게 될 정도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서로가 기억하는 마지막은 각자 자신의 길을 걷겠다며 흔히 말하는 ‘좋은 이별’을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선택한 일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 보기엔 ‘좋은 이별’이었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쁜 이별은 아니었지만. 고담...
“테디, 그 날 기억나?” 대답 없이 너를 쳐다보자 너는 천을 뒤집어 깨끗한 부분으로 총구를 닦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멀리 떠났던 날.” 왜 그 날이 기억이 나지 않겠어. “이례적으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린 날?” 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커다란 천둥소리에 놀란 우린 이불과 의자로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어두운 공간에...
17세 여고생, 트위터 합니다. 맞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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