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으로 가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숨이 멈춘 ‘그것’에서 나는 그 지독한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다. 그 냄새에 익숙해질 때면 흉측하게 변해버린 ‘그것’과 마주한다. “바르드, 오늘은 쉬는 게 좋겠다.” 노란 폴리스라인을 살짝 들고 나오던 남자가 말했다. 손에 낀 하얀 장갑을 벗더니 외투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 사건, 내 ...
세상이 변했다. 스란두일은 지금 이 사건을 두고 세상이 변했다고 말했다. 한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그 바이러스는 어느 누구 하나 죽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낮이 되면 사람들ㅡ그들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ㅡ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하늘을 멍하게 올려다보고 있거나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허기에 파리 날리는 시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공허했으며, 사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웠다.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엘론드의 덕분ㅡ이것을 덕분이라 해야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스란두일은 말했다.ㅡ으로 깨어날 수 있었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 어때?” 피식하고 웃자, 손목에 붕대를 감는 일이 몇 번짼지 모르겠다며 엘론드는 그를 타박하고 나섰다...
매일 밤 사냥을 나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스란두일은 그 말을 자랑스러운 듯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왜 사냥을 나가는지 나는 이해를 못 하겠어. 21세기라고.” 그에게 안기는 모든 사람은 그에게 맞장구를 쳐줄 것이다. 자신과 만나서 다행이라며, 매일 밤 피를 줄 수도 있다고. 바르드는 달랐다. 그와 거의 반평생을 동고동락한 사이지만. 그의 사고방...
노크 소리가 두어 번 들려왔다. 뒤이어 짧은 대답이 있었고, 문이 열렸다. 들어온 청년을 보고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르드 씨?" "네." 스란두일은 그의 몸을 살폈다. 티 나지 않게 조심스럽고 빠르게.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옆에 놓인 가운을 건넸다. "갈아입고 와요." 바르드가 가운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스란두일은...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동창회는 원래 흔한 인사로 시작한다. 궁금하지도 않는 그들의 안부를 물으며, 말하기 싫은 자신의 근황들을 이야기 한다. 그것도 긍정적인 이야기로만. 쿠엔틴은 고개를 몇 차례 끄덕거리며 그들의 이야기에 반응을 해줄 뿐이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그들이 아니었으니까. "선생님!" "진짜 오실 줄 몰랐어요." 반가움에 소리치고 있는 사...
1 노트북을 키는 것부터 나의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노트북이 부팅되는 것을 기다리며 나는 커피포트에 전원을 켜 커피를 내리고, 오븐토스트기에 식빵을 넣는다. 마지막으로 그를 깨운다. “멀린, 일어나요.” 옆에 놓인 아이폰을 주섬주섬 만지더니 시간을 확인한다. 안경을 쓰는 건 그 다음이다. 이러는 이유는 시간은 대충 확인해도 되지만, 내 얼굴은 자세히 확인하...
간만에 비번이었다. 이번 일을 조금 빠르게 마친 본드 덕에 간만에 쉴 수 있었고, 비가 내린 것을 제외하곤 완벽한 휴일이었다. 어차피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비가 내린 것은 큰 일이 되진 않았다. 이런 날 위스키 한 잔이면 정말 좋을 텐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난 노트북에서 눈을 때 핸드폰을 찾았다. 아마 식사를 할 때 식탁 위에 뒀을 것이다. ...
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였다. 나는 그를 보고 있었고,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항상 내 주변에 맴돌며 나를 챙겼으며, 지켜주고 싶다며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었다. “나는 권투선수가 되고 싶어.” 체육관에 다닌 지 두 달째의 레지가 내게 말해온 말이었다. 나 역시 그를 따라 체육관에 다녔지만, 나에겐 레지만큼의 재능은 없었다. 그래...
러덜리스는 꽤 성공적이었다. 샘이 나간 뒤로 약간 휘청거리긴 했지만 새로운 보컬과 새로운 노래들로 이끌어간 덕분에 TV출연도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작은 바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쿠엔틴은 이 자리에 그가 같이 있었다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뒤로 몇 번을 찾아 갔었다. 보트는 이미 자리에 없는지 오래되었으며, 다시 ...
17세 여고생, 트위터 합니다. 맞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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